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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의 소리를 기록하며 감각을 담는 새로운 여행법

by 꿈꾸는좋은사람 2025. 4. 8.

대부분의 여행은 시각 중심으로 기억되지만, 실제로는 청각 또한 강력한 기억의 매개체입니다. 여행지에서 들리는 자연의 소리, 거리의 소음, 사람들의 말소리, 음악 등은 그 장소의 분위기와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본 글에서는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여행지의 청각적 경험을 어떻게 기록하고, 그것이 어떻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던 여행의 기록 방식에 소리라는 요소를 더함으로써, 여행의 깊이와 감정선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보시기 바랍니다.

호수와 숲이 있는 곳에서 음악을 듣고 있는 남성 여행자

여행의 기억, 소리로도 남길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는 여행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하시며 그 순간을 기억하시곤 합니다. 물론 아름다운 풍경과 건축물, 생생한 장면들은 시각적으로 남기기에 가장 직관적입니다. 하지만 과연 여행의 기억은 눈으로 본 것만으로 완성될 수 있을까요? 그 장소의 정취를 진정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소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아침에 들려오는 새소리, 시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말소리, 도심의 차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 혹은 바닷가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 소리까지. 이러한 소리들은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과 감각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란 개념은 바로 이러한 청각적 환경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는 자연과 도시의 소리를 포함하여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를 하나의 풍경처럼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최근에는 예술가뿐 아니라 일반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이 사운드스케이프를 기록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으며, 핸드폰 녹음 기능이나 간단한 포터블 마이크를 통해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직접 녹음한 소리를 다시 들어보면, 사진으로는 느낄 수 없던 감정의 결이 되살아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소리는 과거의 기억을 가장 생생하게 환기시키는 감각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청각 중심의 여행 기록은 단순한 감상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여행 콘텐츠로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팟캐스트 형식의 여행기나 소리 중심의 다큐멘터리 제작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될 수 있어 의미 있는 기록이 되기도 합니다. 여행지의 소리를 기록한다는 것은 그 장소의 ‘시간’을 기록하는 것이기도 하며, 그것은 곧 그 장소에 머문 ‘자신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사운드스케이프와 그 기록 방법

여행 중 마주치는 소리는 언제나 우연적입니다. 예기치 않게 들려오는 버스킹 공연, 카페 안에서 흘러나오는 현지의 대중가요, 혹은 골목길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까지. 이러한 소리들은 그 지역만의 고유한 정서를 담고 있으며, 매우 감성적인 방식으로 여행자의 감각에 스며듭니다. 실제로 도시마다, 자연마다, 문화마다 갖고 있는 사운드의 결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인식하고 채집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도 즐거운 여행이 됩니다.
청각적 여행을 위해 특별한 장비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스마트폰의 녹음 기능만으로도 충분히 현장의 사운드를 담을 수 있으며, 노이즈 필터링 기능이 있는 녹음 앱이나, 외장 마이크를 사용하신다면 보다 선명한 소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조용한 아침의 숲 속, 비가 내리는 거리, 기차가 지나가는 철로 옆 등, 장소를 정하고 일정 시간 동안 녹음을 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특히나 그 지역에서만 들을 수 있는 고유한 소리를 찾는다면, 더욱 소중한 기록이 될 것입니다.
녹음 후에는 그 소리를 언제, 어디서 녹음했는지를 함께 기록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단순히 청각 정보에 장소성과 시간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훗날 다시 들을 때 추억을 더욱 구체적으로 환기시켜 줍니다. 더 나아가 자신만의 여행 사운드 앨범을 만들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2025년 교토의 봄’, ‘2024년 파리의 이른 아침’과 같은 제목으로 파일을 정리하면, 자신만의 감성 기록물이 완성됩니다.
최근에는 ‘ASMR 여행’이라는 테마로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여행지의 소리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제작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자연의 소리, 도시의 소음, 전통 음악 등 다양한 사운드 요소를 중심으로 여행을 전달하는 이 방식은 기존의 영상 중심 콘텐츠보다 더 감성적이며 몰입감을 줍니다. 이는 단순한 영상미를 넘어서, 실제로 그 장소에 ‘머무른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독창적인 방식입니다.

 

사진이 감정을 담지 못할 때, 소리가 그것을 대신합니다

우리는 흔히 여행의 감동을 ‘눈으로 본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 기억을 오래도록 남기게 하는 것은 ‘귀로 들은 것’ 일지도 모릅니다. 사운드스케이프는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그 장소에 담긴 정서와 분위기, 그리고 그 시간에 머물렀던 우리의 감정을 함께 품고 있습니다. 사진이 놓치고 가는 미세한 감정의 결을 소리는 오롯이 담아낼 수 있으며, 이는 특히 기억이 흐릿해질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다음 여행에서는 한 장의 멋진 사진만큼이나, 한 순간의 소리를 남겨보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 오래된 교회에서 들려오는 종소리, 시장을 가득 메운 활기찬 웃음소리 등, 이 모든 것들이 소중한 여행의 조각으로 남을 것입니다. 감각적인 여행이란 보는 것을 넘어, 듣고 느끼고 기억하는 것입니다. 소리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다시 여행지를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또 하나의 여행이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